더 보이드 (The Void, 2016) – 공허 속 깨어나는 고대 공포

🎥 크로넨버그+러브크래프트+80년대 B급 호러의 만남

 "In the face of the void, mankind’s hubris meets an unspeakable presence at the end."
“공허를 마주한 인간의 오만, 그 끝엔 말할 수 없는 존재가 기다린다.”

《더 보이드》는 명백하게 러브크래프트적인 세계관에 기반한 코스믹 호러다. 괴이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존재, 인간의 지각이 닿을 수 없는 차원, 그리고 그것에 도전한 인간의 오만한 행위가 만들어낸 비극. 이런 요소들이 거의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다옹. 특히 인상적인 건 CG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괴수 연출을 실제 특수 분장과 아날로그 효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옹. 이는 80년대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The Thing)》이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를 떠오르게 만들며, 실제로 《더 보이드》는 카펜터에게 큰 영향을 받은 작품임을 스스로도 숨기지 않는다옹.

괴물 디자인은 역겹고 불쾌할 정도로 창의적이다옹. 몸이 뒤틀리고, 여러 인간의 형태가 융합된 듯한 실루엣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신체 공포(Body Horror)를 연상케 한다옹. 특히 병원장 파월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형태는 거의 신적 존재처럼 묘사되는데, 이것이 CG가 아닌 분장과 조명으로 표현된 것은 칭찬할 만하다옹.

다만 서사의 개연성보다는 분위기와 충격에 더 치중한 탓에, 이야기 전개나 인물의 감정선은 다소 단조롭고 모호하지만 이건 애초에 ‘이해’보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할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단점이 되진 않는다옹.

《에이리언》 시리즈나 《헬레이저》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옹~

🎬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취향에 따라 많이 혐오스러우니 주의하라옹!

어느 늦은 밤, 캐나다의 외딴 시골 지역. 지역 경찰관 대니얼 카터는 순찰 도중 피투성이 상태로 도망치는 한 청년을 발견한다. 의식을 잃기 직전의 이 남자를 데리고 근처의 낡은 병원으로 향하는데, 이 병원은 최근 화재로 폐쇄 직전 상태에 놓인 의료시설이다. 의료진은 최소한만 남아 있고, 병동도 어둡고 한산하다. 그렇게 별 일 없이 넘길 수 있을 것 같던 그 밤은, 곧 악몽으로 뒤바뀐다.

병원에 도착한 이후, 간호사 중 한 명이 갑자기 광기에 사로잡혀 환자의 얼굴을 찢고 자신의 피부를 벗겨낸다. 놀란 대니얼은 그녀를 제압하지만, 그 순간부터 병원 안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변해간다. 출구는 봉쇄되고, 병원 밖은 흰색 삼각형 문양이 그려진 로브를 입은 정체불명의 이교도 집단에 의해 포위된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침묵 속에서 병원을 감시한다.

고립된 인물들은 대니얼, 병원에 남아 있던 그의 아내(이자 간호사) 앨리슨, 젊은 인턴 킴, 그리고 몇 명의 환자와 의료진이다. 이들은 점점 병원 안에서 기이한 존재들과 마주치게 된다. 죽은 시체가 움직이고, 인간의 형체를 흉측하게 비틀어놓은 괴물들이 병원 안을 배회하기 시작한다. 이 괴물들은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 무언가 이 세상 것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육체를 뒤틀어 만든 형상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공포의 중심에는 병원장 파월 박사가 있다. 그는 오랜 세월 병원 지하에서 금단의 실험을 계속해왔으며, 죽은 딸을 되살리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차원의 문을 여는 의식을 감행하고 있었다. 파월은 죽음을 거부했고, 결국 스스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버린 채 미지의 존재와 결합하기 시작한다. 그는 “죽음 너머의 세계에 진실이 있다”고 말하며, 자발적으로 괴물로 변모한다.

주인공 대니얼과 생존자들은 병원의 지하로 내려가게 되고, 그곳은 단순한 병원이 아닌 일종의 이단적인 성소처럼 변모해 있다. 삼각형의 문양이 빛을 내고, 어두운 차원 너머로 이어지는 문이 열려 있다. 그들은 이차원의 괴물들과 맞서 싸우고, 파월의 광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강요받는다.

결국 대니얼은 파월을 저지하기 위해 함께 공허 속으로 떨어지는 희생을 선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공허의 세계에서 다시 일어선다. 먼 곳, 암흑의 세계 속에서, 죽었던 앨리슨과 함께 무언가를 바라보는 실루엣. 그것이 구원인지, 새로운 지옥의 시작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 장르 고찰

《더 보이드》는 특정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오마주가 곳곳에 깔려 있다. ‘더 보이드’라는 설정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존재와 시간, 물질 너머의 차원을 의미한다. 이건 곧 러브크래프트의 작품군에 등장하는 ‘외부 신들(Outer Gods)’ 또는 ‘공허의 존재들’과 유사하다.

하얀 로브를 입은 의문의 이교도 집단은 인간이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숭배하는 이교 전통의 재현이고, 병원 지하의 의례 공간은 거의 고대의 신전을 연상케 한다. 과학과 의학을 가장한 오컬트적 실험,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금기, 인간 너머의 존재와의 접촉이라는 코드도 모두 러브크래프트적이다.

💡 작품의 장단점

✔ 장점

• 분위기: 끝없는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조명과 음향
• 크리쳐 디자인: 실물 특수효과의 정수
• 장르 오마주: 러브크래프트, 카펜터, 크로넨버그의 정수

✖ 단점

• 인물 감정선 및 개연성 부족
• 설명이 부족해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

🎯 깸냥이의 한 줄 평과 총점 : 8.5 / 10

"Analog beasts, cosmic madness — and no way out."
아날로그 괴물, 우주적 광기 — 그리고 출구 없는 절망.

《더 보이드》는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장르적 진정성을 추구한 컬트 호러 영화다옹. 러브크래프트적인 공포와 존 카펜터식 폐쇄 공간의 위기감을 훌륭히 결합해냈다옹. 특히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실물 특수효과와 분장으로 승부한 괴물 연출은 B급 호러 팬에게는 거의 성찬 수준이다옹.

서사는 매우 단순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모호하다옹. 그렇기에 ‘왜?’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만 집중한다옹. 대중적으로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지만,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이해하거나 크로넨버그식 바디 호러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옹(만족 했다옹~ 문어머리 고물 아조씨 좋아~).

또한 시청각적으로도 강렬하다옹. 로브를 입은 이단 집단,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 점점 기괴해지는 인물들의 정신 상태, 그리고 미지의 차원을 암시하는 상징적 장면들이 잘 조화를 이룬다옹. 특히 조명과 사운드를 활용한 연출은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꽤 세련됐다옹.

단점이라면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평면적이고, 후반부의 ‘더 보이드’ 설정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점이지만 설명되지 않기에 더 무섭다는 코스믹 호러의 철학에 충실하다고 볼 수도 있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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